• 게시판

KTCC 칼럼 Home  >  게시판  >  KTCC 공지

방콕 핫플레이스 옹앙수로의 대변신

조회수 : 2232 2023.01.26

태국의 수도 방콕엔 크고 작은 수백개의 수로가 도시 곳곳에 혈관처럼 퍼져 있다. 

이 수로들은 18세기 이후 ‘왕의 강’이라고 불리는 차오프라야 강의 지류를 이용해 가뭄에 대비하고 교통, 통신, 무역의 수단으로 오랫동안 이용돼 왔다. 

태국어로 클롱(Klong)으로 불리는 수로 변 둑을 중심으로 사원과 시장, 가옥이 들어섰다. 18-19세기 방콕을 방문한 유럽인들은 이런 방콕의 ‘동쪽의 베니스’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러나 도시의 현대화와 함께 수로는 메워져 도로로 바뀌었다. 수로 주변에 지어졌던 가옥과 빌딩들도 도로를 향해 건축됐다. 수로의 중요성도 점차 감소되었다. 차오프라야강 서쪽 일부에 나무보트를 이용해 야채와 국수를 파는 옛모습이 남아있을 뿐 도시화가 진행된 곳의 수로는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 

생활폐수와 쓰레기들로 넘쳐나는 흉측한 모습으로 변한 곳이 적지 않다. 아직도 일부 수로는 늘 꽉 막힌 육상교통을 대신하는 로컬 사람들의 교통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외국관광객에게는 그다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 분명하다.

*옹앙수로, 인근에 카오산과 차이나 타운이 있다.(출처:google)

수로의 리노베이션

방콕시는 2015년부터 대대적인 도시 환경 미화 계획에 착수했다.

보행자를 위한 인도를 확보하고, 수로 정비에도 나섰다. 노점상 철거는 태국 관광객 유치에 한몫했던 거리문화에 영향을 준다며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방콕시는 새로운 방법을 강구했다. 지역 공동체와의 상생을 연구했다. 옹앙수로가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주소: Damrong Sathit, Banglumphu, Bangkok)

옹앙수로(Klong Ong Ang)는 ‘도자기 수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783년 태국 라마 1세때부터 이용되기 시작했다. 차오프라야강과 연결되며 인근에는 지금도 자유여행자들의 성지로 불리는 ‘카오산 로드’와 북적이는 차이나타운이 있다. 이름처럼 도자기와 장난감 시장으로 유명했던 이곳은 한때 중국인과 인도인들로 붐비는 곳이었고 오랫동안 그 전통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다른 수로들과 마찬가지로 수로는 더러운 물과 쓰레기로 넘쳐나 악취를 풍겼다. 수로변 가구들조차 생활 쓰레기를 마구 내다 버렸다.

옹앙수로 정화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8년부터다. 

인근 오사타논(Osathanon) 다리와 담롱(Damrong) 다리사이의 750m의 수로 정비가 핵심이었다. 수로 양변 1.5km 도로가 시멘트길로 조성됐다. 가로수엔 조명이 설치됐다. 불법 구조물들은 허물어 공유지로 확보했다. 무엇보다 수로의 수질 개선이 가장 중요했다. 각 가정엔 오물처리용 쓰레기통과 기름 유출방지 장치가 설치됐다.

 

*옹앙수로 거리의 노점 모습(출처:www.touristbangkok.com)

확보된 공유지를 활용, 도로를 확장하고 곳곳에는 방범 CCTV가 설치됐다.

옛 거리의 보존을 원하는 주민들의 반발도 제기됐다. 공사과정에서 나무들이 쓰러지면서 지역의 안전과 재산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전통축제로 관심 되살린 수로

4월 중순의 쏭끄란 축제와 함께 태국력 12월 보름(양력 11월 중순)에 열리는 러이끄라통은 태국의 2대 축제로 불린다. 러이끄라통은 강물에 초를 실어 보내며 소원을 비는 축제로 태국의 전통행사로 깊게 뿌리내려 있다. 수로를 정비한 옹앙수로는 2020년 11월 러이끄라통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주민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수로에서의 카약킹 장면(출처:Bangkokpost)

예술가들이 모이는 거리

옹앙수로 주변도로는 거리 예술로 채워졌다. 

수로변 건물 외벽에는 이 지역의 변천사를 포함한 다양한 그래피티로 장식됐다. 솔로, 듀오, 밴드 등 버스커들이 주말마다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고, 마술가, 초상화 작가들도 초대됐다. 유렵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모습들이 재연된 것이다. 

수로에는 카약과 페들링 보트들이 운영돼 낭만의 수로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가족, 연인, 친구 등 연령의 제한없이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거리가 채워져 갔다.

 

 

 

 

*주말에는 버스커들과 초상화 작가들이 모여든다. (출처:www.touristbangkok.com)

공동체 의식과 지역 자부심의 부활

수로정비는 공동체 의식을 회복했다. 

현재 주민들은 매일 거리를 함께 쓸고 가꾸고 있다. 거리를 가득 메우며 시선을 가렸던 노점상들의 너저분한 천막들도 가끔하게 제거됐다. 완나 수차니티쿤(Wanna Suchatnikul, 59)씨는 “이곳에 산지 30년 만에 수로 건너편에 누가 살고 있는지 이제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출처:https://www.bangkokpost.com/travel/2090667/visitors-flock-to-klong-ong-ang

방콕시의 CCTV 설치와 넓어진 도로정비로 도둑이 사라진 안전한 거리라는 인식도 심어줬다. 

2020년 12월에 문을 연 옹앙수로 워킹스트릿은 코로나로 방역 정책의 일환으로 잠시 폐쇄됐지만 2021년 3월 다시 문을 열자 단숨에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사진 찍을 거리가 가득한 코로나 시대의 살아있는 도로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매주 월요일 휴일을 지키며 오후 4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금-일요일에 열리는 야시장 워킹스트릿엔 가족, 연인, 친구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자부심도 크다.

 

 

 

 

*옹앙수로를 방문한 세계미인대회 참가자들(출처:bangkokpost)

지역 경제의 회복과 파급효과

방콕시는 옹앙수로 워킹스트릿에 노점을 허용하고 있다.

수로 양변에는 장난감, 셔츠, 속옷가게 기념품 매장들이 들어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된다. 먹거리들도 넘친다. 방콕시는 공유지에 들어서는 노점 한 곳 당 월 400밧(한화 1만4천원)이란 저렴한 임대료만을 받고 있다.

야시장에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주민들은 주당 1천-2천밧(3만5천-7만원)의 수익이 더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옹앙수로가 명소로 자리잡자 2022년 3월 방콕에서 개최된 세계미인대회는 첫 방문지로 택하며 국내 뿐 아니라 국외에도 유명세를 더했다. 

UN-Habitat Fukuoka는 한국 일본 중국 네팔 말레이시아와 함께 방콕 옹앙수로를 ‘2020 아시아 도시경관상’에 선정했다. 

출처:

https://www.tatnews.org/2021/03/award-winning-khlong-ong-ang-walking-street-isnt-your-average-walking-street/

 

 

 

 

 

*정비된 옹상수로 전경(출처:touristbangkok.com)

방콕 도시 관광지 개발의 롤모델

방콕시는 옹앙수로를 도시미화 개발모델로 삼고 있다. 

옹앙수로의 성공에 고무돼 방콕 끌롱 총논시(Klong Chongnonsi)에서 시작하는 4.5km의 수로는 9억8천만밧(한화 343억원)을 투입해 방콕에서 가장 긴 수로 관광지로 만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주변에 공원을 조성하고 수로에 전기보트를 운영하는 등 친환경 랜드마크 개발에 착수했다. 방콕 도시 곳곳에서는 옹앙수로을 본딴 개발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

*출처: https://www.bangkokpost.com/travel/2090667/visitors-flock-to-klong-ong-ang

옹앙수로는 도시행정 계획에 따른 지역민과의 협업, 이를 통한 도시 이미지 개선과 지역 소득증대라는 점에서도 표본이 되지만 공동체를 회복하고 지역의 자부심을 높였다는 점이 무엇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오수가 흐르던 수로가 연인들이 카약킹을 즐기는 인기관광지로 부상했지만 보완점들도 제기되고 있다. 수로 정비가 일부구간에 불과해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무료 공동화장실의 건립, 한낮 그늘막의 설치 등 보다 세밀한 보완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핫플레이로 부각된 뒤 몰려드는 인파로 인한 환경, 위생, 코로나 방역 문제 등도 숙제로 남아 있다. 수로의 수질은 훨씬 개선됐지만 여전히 맑고 투명하진 않다.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2021년 현재 인구 1천72만명의 대도시 방콕은 악명 높은 교통체증과 함께 쓰레기 분리의 법규화가 이뤄지지 않아 도시 관광 이미지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에 조성돼 아직도 남아있는 수많은 수로는 옹앙수로의 예에서 보듯 단숨에 주요한 관광자원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수로 개발과 함께 도입될 예정인 전기보트, 자전거길 조성, 카약 등은 친환경 관광 자원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도시 지역 환경 조성과 개발이 지역민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값진 결과물이다. 관광지의 컨텐츠가 거리 예술, 그라피티, 버스킹, 마술쇼 등 젊고 서구적 트렌드를 반영해 코로나로 원활하지 못한 여행의 갈증을 채워주고 있다는 것도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By Harry. 한국관광공사 기고문 중>